Artist

Cheonyi遷移
Duri Baek
October 13 – November 11, 2023

Catalogue / Press Released


천이遷移
백두리
2023년 10월 13일 - 11월 11일

카탈로그 / 보도자료

백두리 작가의 개인전 《천이遷移》가 10월 13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성수동에 위치한 갤러리 ‘CDA’에서 진행된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현재의 화풍을 정립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맞이하는 첫 개인전으로 총 18개의 신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백두리는 식물을 통해 비치는 그림자와 빛으로 인간의 삶의 흔적을 그립니다. 작가는 그림자가 빛의 반대가 아닌 그 증거이자 흔적이라 말하며, 살아가며 겪는 우울과 불안, 고통과 고립과 같은 어두운 부분 또한 삶을 유지하는 과정의 흔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무것도 없이 방치된 노란 땅 위로 초록 그림자가 내려앉으며 삶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을 말하고자 한다. 그동안 나무의 가지, 기둥, 뿌리, 바위 위로 내려앉은 식물의 그림자와 빛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회복의 기본이 되는 땅이 그림의 많은 면적적을 차지하는 작품들도 새롭게 선보여진다.



Shadow and light as signs of life

The way to confirm existence is to sense it. Any physical object that is visible to the eye or touched by the hands and feet is sensed without effort. Scent and sounds have no physical existence, but they are still perceived through the senses, so they can be considered real.However, we acknowledge its existence through the various traces that can prove it. Traces have replaced sensation. In other words, everything that exists leaves traces. So as our lives are. Our lives are no different. It is by following the traces that we can sense that we are alive, or that we have lived.

In Duri Baek’s artwork, yellow represents light and green represents shadow. The artist draws human life on the canvas with only two colors. It’s hard to express one's life with all the colors of the world. Therefore, the artist compares the human’s life to the story of the plants. She discovers all the plants live the same way either small plants at a window or  trees in a dense forest. There was a light in their lives and the place where light shines.. Baek doesn't need anything else right but light and shadow. The shadow is the space of the light, a trace, a tangible evidence of its presence.

In Duri Baek's work, yellow symbolizes light and green symbolizes shadow. The artist fills the screen with only these two colors to tell the story of human life. Of course, there is not enough color in the world to represent the life of a single person, so the artist compares human life to that of a plant. Whether it's a small pot on a window sill or a dense tree in a forest, the artist finds that plants all live the same way: they have light and a place in their lives. Light and shadow. These two things, the artist says, are all we need now to express how we live our lives. The shadow is the light's place, its trace, its tangible evidence.

From way back, light has been associated with life, while shadows have been associated with darkness, anxiety, and negative nuances such as alienation or fear. But instead of letting the shadows and the light face each other or turn away from each other, Duri Baek decided to line them up side by side. The appearance of a plant is determined by the survival of the individual just like a palm tree growing in a tropical climate looks different than a pine tree  growing in a cold climate.Thus, the appearance of every plant is a reflection of its own struggle for life. A plant's shadow is a sign of light (life). Humans are no different from plants. The inner life of an individual that is not visible on the outside, such as depression and anxiety, pain and perseverance, which are often compared to shadows, is the evidence of their current life. This is why the artist puts shadow and light on the same level. Human shadows are also traces of life.

In this way, the artist plays with the shadows and light of plants in a unique way. The works can be perceived as landscapes because they are based on plants and nature in general, and they seem to straddle the line between abstract and figurative because they are painted using two symbolic colors. The method of painting also penetrates the themes implied by the work. First, Duri Baek applies yellow, which symbolizes light, and then covers it with green shadows, which are signs of life. If the viewers look closely, they can see painstakingly detailed brushstrokes all over the picture, which are the traces of the painting process of layering thin, transparent layers. They are also meant to demonstrate the nature and properties of light and shadow on screen. The slightly different colors of yellow and green in each painting are because our lives, which seem to be similar, are also slightly different, and each person's life is different every day. Despite dealing with universal themes, the methodology of expression is solidly developed, and the vibrant scenes obtained from nature are captured on the screen with humility and restraint. This is the unique quality of Baek's work that allows us to sense different emotions and images each time, even in the repetition of similar scenes.

《Cheon-yi遷移》 is the artist's first solo exhibition that fits into the process of establishing and developing her current artistic style. In fact, the title of the exhibition and the work of the same name have a great hierarchy in this exhibition. 'Cheon-yi' refers to the process of plants establishing themselves and the environment returning to the land that has been damaged and neglected by some cause. Human life repeats destruction and recovery without distinguishing between voluntary and involuntary. In describing the transition, the mention of destruction before restoration suggests that destruction and restoration are linked like a chain. Just as it is the providence of nature to cycle itself, human life is also a continuation of the cycle. There is no eternal continuation and no eternal annihilation, only a cycle. The artist seems to present this discourse of recovery and regression in this exhibition. The yellow flowing screen at the entrance of the exhibition (’Yiwon’), which appears to be full of light, but is actually devoid of any signs of life, signals a desolate prelude. Gradually, green shadows fill the screen to reveal works that show signs of life, and the artist's message to the viewer is: "This is all a product of our efforts, aspirations, and struggles to live fiercely. Shadows are the evidence of life. (Written by Hyuncheol Moon)
천이

파괴당한다. 긴 시간을 거쳐 더디지만 조금씩 복구한다. 손상의 자리에 엷은 거죽이 겨우 들러붙어 있다.
그 밑으로 푸른 핏줄이 선명히 비친다. 아직 두둑하지 못한 표면은 언제든 뜯겨나갈 것처럼 불안하다. 회복의 과정이다.
파괴한다. 같은 자리를 스스로 헤집어 놨다. 회복으로 출현한 환경은 낯선 안정이었고 익숙한 고통이 몸에 밴 습관처럼 자신을 해체한다. 다른 정돈을 갖추기 위한 건지, 소멸을 원하는지, 첫 파괴로 인한 후유증인지, 어떤 것이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 불명확한 인과 관계에서 명확한 결과만이 남았다. 황폐해졌다.
파괴를 기억하듯 회복도 기억한다. 손상을 더듬어 본다. 척박한 노란 땅 밑에서 하나둘 생장의 싹을 찾는다.
초록빛 그림자로 한 점 한 점 감싸 나간다. 존재하기 위해 존속한다.
몇 개의 구멍을 남기고 초록빛으로 손상이 덮어질 때쯤 같은 자리에 다시 재해가 일어난다. 이번에는 파괴한 것일까, 파괴된 것일까.
모진 메마름으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찢기는 통증을 허무와 무상으로 치환해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느린 시간 동안 축적하고 찰나에 부서진다. 고통과 회복의 굴레라는 형벌에 엮인 것처럼 감내를 반복해야 한다.
본질은 황폐에 가깝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원상태라면 축적을 무너뜨리는 파괴는 오히려 회복의 의미가 된다.
그럼에도 파괴 위에 축적을 거듭해 또 다른 상태를 회복하려 한다. 존재는 균형을 추구하며 이원성을 갖는다. 극단의 두 현상은 균형의 사슬로 이어진 한 몸임을 발견한다. 무너졌기에 쌓아갈 수 있고 쌓인 것들은 허물어진다. 영원한 지속이 없다면 영원한 소멸도 불가능하다. 맞물려 돌고 돌아 영원에 가까워진다.
파괴와 회복의 끝과 끝이 서로의 머리와 꼬리가 되어 쫓는다. 영속한 파괴와 회복의 원형 안에서 천이한다. (글. 백두리)

삶을 감각하는 흔적으로의 그림자와 빛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감각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거나 손발에 만져지는 모든 실재적 대상은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감각된다. 고로 존재한다. 냄새나 소리도 그 실체는 없지만 역시나 감각기를 통해 수용되기에 이 또한 실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대상을 감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리나 가치와 같은 타당적(妥當的) 대상은 천하의 무엇으로도 감각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을 증거할 수 있는 여러 흔적을 통해 이 또한 존재함을 인정한다. 흔적이 감각을 대신한 셈이다. 다른 말로, 실재하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다는 것을, 혹은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감각할 수 있는 것은 그 흔적을 쫓는 것이다.

백두리의 작품에서 노란색은 빛을 녹색은 그림자를 상징한다. 작가는 오직 이 두 가지로만 화면을 채우며 인간의 삶을 이야기한다. 물론, 단 한 사람의 삶을 표현함에도 온 세상의 색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작가는 인간의 삶을 식물의 그것에 빗대어 표현한다. 창틀에 놓인 작은 화분과 숲을 이루는 울창한 수목을 구분할 것 없이 식물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의 삶에는 빛이 있었고, 빛을 받은 자리가 있었다. 빛과 그림자. 작가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표현하는데 이 두 가지 외에 지금은 다른 것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림자는 빛의 자리이자 흔적이며 그것을 감각할 수 있는 명징한 증거다.

예나 지금이나 빛은 생(生)을 의미하고, 그림자는 빛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둠과 불안, 소외나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겨왔다. 하지만 백두리는 그림자와 빛을 서로 마주하거나 등지게 두는 대신 나란히 정렬하기로 마음먹었다. 식물의 모습은 개체의 생존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야자수와 냉대기후에서 자라는 침엽수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모든 식물의 모습은 각자의 삶을 위한 치열한 노력이자 투쟁의 실체다. 그리고 이것이 빛을 받은 자리, 즉 식물의 그림자는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식물의 그림자는 빛(삶)의 흔적이다. 인간도 식물과 다름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밀한 개인의 우울과 불안, 고통과 인내와 같은, 흔히 그림자와 비유되는 그런 모습이 현재 각자의 삶을 증거하는 흔적인 셈이다. 작가가 그림자와 빛을 서로 같은 위계에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그림자도 삶의 흔적이다.

이처럼 작가는 식물의 그림자와 빛을 남다른 태도로 다루며 작업한다. 식물, 넓게는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탓에 풍경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상징적인 두 색상을 이용해 그리는 탓에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 걸쳐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작업의 방식 또한 작품이 함의한 주제를 관통한다. 먼저 빛을 상징하는 노랑을 뿌리고 그 위에 삶의 흔적인 초록 그림자를 덮는다. 자세히 관찰하면 고심한 듯 세밀하게 남겨진 붓질의 자국을 화면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얇고 투명한 레이어를 겹겹이 쌓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화의 흔적이다. 또한, 빛과 그림자의 성질과 속성을 화면 안에서 보여주기 위함도 있다. 각각의 도상에 맺힌 노랑과 초록이 조금씩 다른 것은 비슷해 보이는 우리의 삶도 결국 각자가 조금씩 다르고, 개인의 삶 또한 하루하루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편적 주제를 다루지만 표현의 방법론이 탄탄하게 전개되며, 자연에서 얻은 생동감 있는 장면을 겸손하고 절제된 마음으로 화면에 담는다. 이것이 유사한 화면의 반복에서도 매번 다른 감정과 심상을 감각할 수 있는 백두리의 작품이 가진 고유한 성질이다 특징이다.

《천이遷移》는 작가가 현재의 화풍을 정립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맞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실제로 전시명과 동명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도 큰 위계를 갖는다. ‘천이’는 어떤 원인에 의해 훼손되고 방치된 땅에서 식물이 자리 잡고 환경이 돌아오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간의 삶은 자의와 타의를 구분하지 않고 파괴와 회복을 반복한다. ‘천이’를 설명할 때, 회복에 앞서 훼손을 언급한 것은 파괴와 회복이 마치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스스로 순환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듯 인간의 삶 또한 순환의 연속이다. 영원한 지속도 영원한 소멸도 없으며, 오직 순환만이 영속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회복과 회귀에 관해 이와 같은 담론을 제시하는 듯 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노랑이 가득 흐르는 화면(출품작 중 ‘이원’)은 빛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사실상 생(生)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황폐한 서막을 알린다. 이후 점차 녹색의 그림자가 화면을 채워가며 삶의 흔적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보이는데, 작가는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이것은 모두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우리의 노력이자 열망이며 투쟁의 산물이다. 그림자는 삶의 증거다.’ (글. 문현철)
Creative Discovery Appreciation
Seoul,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