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 IS NOBODY
Nahyun Koo
June 2 - Julyt 1, 2023

Catalogue / Press Release


NOBODY IS NOBODY

2023년 6월 2일 - 7월 1일

카탈로그 / 보도자료


인물화는 인물이 가진 외적인 미(美)와 외적으로 추구하는 미(美)의 이상을 시각적으로 담아내고자 창조된 미술의 한 장르이다. 구나현 작가는 이와 반대로 인물이 가진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집중한다.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을 통해 과장 혹은 미화가 아닌 평범함과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진정한 미(美)에 대한 메시지를 자신의 화폭에 담아낸 구나현 작가의 특별한 인물화 작품들을 개인전 《NOBODY IS NOBODY》에서 소개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정의부터 ‘인간은 유인원이 고도로 진화된 존재’라는 찰스 다윈의 인류학적(Anthropology) 정의까지 많은 철학자, 사상가, 과학자들은 '인간' 이란 어떤 존재인지 정의하려 노력해 왔다. 그 중 CDA는 ‘인간은 인격을 가진 존재’라 말한 프로이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의 말에 초점을 맞춰 보려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격이란, 자연이 정한 기계성으로 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룬 의지의 자율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성적 사고와 감정적 사고가 인격이라는 하나의 개념에서 동시에 동일하게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칸트의 관점에서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 인격이란 개념을 가진 지구상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즉, 우리는 이러한 유일무이한 존재의 특성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불완전함을 자각하기 시작했고, 각자가 보유한 외적인 미(美)와 추구하는 미의 이상(理想)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시각적으로 담아내고자 미술이란 예술 행위를 창조하며, 인간의 외적 아름다움과 이상에 대한 욕망을 조형화하여 결국 ‘인물화’라는 장르를 통해 표출했다.

하지만 구나현 작가는 오랜 시간에 거쳐 축적된 이러한 인물화의 전통적 개념에 의문을 가졌다.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이 어쩌면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을 감추려는 수단으로써 활용되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여러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질문을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그리고 이번 《NOBODY IS NOBODY》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인물화와 ‘Redball’ 연작을 통해 이 질문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명확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구나현의 인물화도 여타 전통적인 인물화 작업의 관성처럼, 앉아있거나 걸어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하고 그들의 내러티브를 상상하며 시작한다. 하지만 구나현이 화폭에 담아낸 인물들은 과장과 미화가 섞이지 않은, 오히려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이 특징이다. ‘평범함이 가장 특별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렵다.’는 자전적 고찰은 시대를 불문하고 외적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의식을 비판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대상은 흥미롭게도 주로 중장년층이다. 특히 각 작품 속 인물들의 초상에서 질감이 돋보이는 얼굴 근육의 세밀한 표현은 그들이 살아오면서 겪었을 각자의 특별한 서사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세월에 의해 자연스럽게 변해버린 자신의 평범한 모습을 구태여 숨기려고 하지 않는 것. 작가는 강렬하지만 동시에 절제된 붓질을 앞세워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하고, 인물의 평범한 모습에서 발산되는 자연스러운 아우라가 곧 인간이 추구해야 미(美)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다양한 상황을 은유하는 흑백의 인물화 위를 빨간 원들이 유영하고 있다. 구나현의 ‘Redball’ 연작은 앞서 설명한 작가의 대표적인 인물화들과 같은 맥락에서 확장된 작업이다. 이 작품은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으로부터 파생되는 단점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우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누구나 단점을 가지고 있고, 남들에게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워한다. 단점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우리 스스로 자격지심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을 감추거나 오히려 번듯해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자격지심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다면 우리의 내면은 보다 넓은 자유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작가는 작품 속 인물들 근처에 놓인 붉은색 공들로 자신의 철학적인 사고를 이미지화한다. 본래 공(Ball)이 아닌 구멍(Hole)의 의미를 갖는 이것들은 인간이면 누구나 구멍(단점)이 있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강렬한 색채인 붉은색을 사용해 강조하듯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이런 단점들을 인정하고, 너무 완벽해지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특별하다는 작가만의 생각을 전달함으로써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내면에 대한 행복과 자유를 ‘Redball’ 연작을 통해 도출한다

구나현의 인물화를 통해 필자는 칸트가 정의 내린 인간에 대해 되돌아보려 한다. 칸트는 인간이 인격을 가진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이 인격을 가지고 추구하는 이상적인 미에 대한 사유가 역설적이게도 각자의 부족함을 지우기 위해 아름다움이라는 기계성 안에 스스로를 삽입해 얽매이게 만든 비자율적 행위는 아닐까 하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이 구나현의 작품을 보면 불완전한 인간이 가진 수많은 번민(煩悶)을 생각하게 된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완벽하거나 아름다울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자신을 사랑하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 말고 칸트가 말하는 진정한 ‘인격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을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모두 특별하지만 정작 그 특별함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는 이번 《NOBODY IS NOBODY》 전시를 통해 평범함이 가진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모든 존재가 가진 그 고유의 반짝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사랑해 주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글. 김구영)

Creative Discovery Appreciation
Seoul, South Korea